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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트렌치코트의 역사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손이 가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바로 트렌치코트입니다. 두꺼운 겨울 아우터들을 벗어던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트렌치코트를 찾게 됩니다. 해마다 컬렉션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스타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100여 년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사랑받는 아우터 트렌치코트의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오늘은 트렌치코트의 탄생배경과 대표적인 브랜드, 상징적인 디테일 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트렌치코트의 trench는 참호, 도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처음에는 전쟁의 참호속에서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트렌치코트는 1820년대에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찰스 매킨토시와 영국의 발명가이자 영국 고무 산업의 설립자인 토마스 핸콕이 개발한 방수 코트에서 진화했습니다. 처음에는 '맥스'라고 불렸고 현재도 맥코트라는 코트 디자인이 존재합니다. 이 맥코트가 수년동안 발전하여 탄생한 것이 트렌치코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 방수 원단은 통기성이 부족해서 불쾌한 냄새가 났고 때때로 햇볕에 녹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수 직물을 개발했는데, 1853년 존 에머리의 회사인 아쿠아쿠텀에서 개발하여 특허를 받은 원단과 1856년 토마스 버버리가 개발한 개버딘 원단이 그것입니다. 사실 아쿠아쿠텀이 훨씬 일찍 특허를 취득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트렌치코트가 버버리코트라고 불리기도 할 만큼 트렌치코트의 상징이 버버리가 되었으니 트렌치코트 부문에서 만큼은 승자는 버버리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개버딘 원단은 전체 직물을 코팅하는 것이 아닌 개별 원사를 코팅하여 만들어 방수 및 통기성이 좋은 훌륭한 직물이었습니다. 영국군의 요구에 의해 트렌치코트의 디자인이 발전하여 현재의 클래식 트렌치코트의 디자인이 완성되었습니다. 스톰 플랩 디테일로 환기를 가능하게 했고, 계급장 등을 부착할 수 있는 어깨 스트랩이 부착되었습니다. 그리고 맵 케이스나 칼과 같은 도구를 수납하기 위한 D링과 깊은 주머니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완성했고, 활동성을 위해 약간의 플레어가 있었고 기장은 무릎까지 왔습니다. 전쟁 중의 트렌치코트는 위장을 위해 보통 카키색이었습니다. 이러한 디테일들은 일반 아우터와 트렌치코트를 구분할 수 있게 하는 특징입니다. 전쟁 중에 트렌치를 착용한 사람은 주로 장교 계급 이상이었고, 군대에서 사회적 구별과 계급의 표시로 트렌치를 구매해서 착용하기도 했습니다. 전쟁 이후부터는 할리우드에서 주로 낭만적인 이미지의 스타일로 이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군사용 의복에서 패셔너블한 스타일링을 위한 아이템으로 역할이 바뀌게 된 것입니다. 티파니의 아침에서 오드리 헵번,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 로버트 테일러, 알랭 들롱 등이 입으면서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와 우아한 여성의 이미지, 분위기 있는 스타일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트렌치코트는 여러 디자이너들에 의해 재해석되었고, 여전히 버버리의 상징입니다. 다양한 실루엣, 컬러, 기장, 디테일의 변화로 트렌치코트는 예전의 군사적인 의미를 잃었을 수는 있지만, 클래식한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클래식한 트렌치코트는 구매하면 몇 년을 꾸준히 착용할 수 있고, 관리만 잘한다면 대를 거쳐 물려줘도 괜찮을 정도로 유용한 아이템입니다. 올해는 트렌치코트를 하나 장만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