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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 시즌 1, 독특한 탐정 시리즈

추리 시리즈를 찾다가 주인공이 괴짜 같아 보이는 드라마를 찾아서 정주행 하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집중해서 순간순간을 잘 기억하면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 다른 일을 하면서 보다가 잠시 뒤 내용이 이해가 안 되길래 마음을 고쳐먹고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이 시리즈는 다른 탐정 시리즈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리뷰이다 보니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

미국 드라마

장르 : 추리, 공상과학, 범죄

회수 : 10부작

OTT : 넷플리스

원작자 : 더글라스 애덤스

 

마르첼라 시리즈에 크게 실망하고 다른 추리물을 찾던 중 저의 레이더에 걸린 시리즈였습니다.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시리즈는 아닙니다. 약간의 B급 감성에 판타지에 가까운 공상과학물이면서 나약한 주인공 1과 정신없는 주인공 2는 저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만 정말 볼 게 없어서 보기 시작했고 결론은 '나쁘지 않았다'입니다. 벨보일 일을 하는 평범하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구질구질한 토드 브로츠먼과 그의 앞에 갑자기 나타나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계속 옆에서 얼쩡거리는 더크 젠틀리는 토드가 일하는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리하게 됩니다. 더크 젠틀리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하며 자신은 전체론적 탐정이라는 둥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합니다. 토드는 더크를 떼어내려 온갖 노력을 하지만 끈질기게 엉겨 붙는 더크에게 말려들어 이해하기 힘든 사건에 휘말리며 이를 파헤쳐 나갑니다. 이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셜록이나 다른 추리물과는 다르게 그다지 논리적이지가 않습니다. 더크는 그저 맞닥뜨린 상황과 장소, 사람 등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이것들이 전체론적인 관점에서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될 거라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토드는 반박하지만 결국 더크의 말대로 흘러가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개연성 없이 갑자기 대뜸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는데 전체론적 킬러 바트와 그의 친구 아닌 친구 켄, 라우디 3 4인방은 시리즈 1을 다 본 상황에서도 그 정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또한 아무래도 공상과학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가상의 유전병이나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설정들이 종종 등장하다 보니, 드라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보아야 합니다.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시리즈입니다. 그렇지만 더글라스 애덤스의 소설이 원작이며 병맛 판타지 SF드라마라는 것을 인식하고 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몰입하여 볼 수 있습니다. 보기 전에 알면 좋을 설정은 블랙윙이라는 초능력자 실험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고,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실험 대상자들이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며 전체론적인 이유에 의해 한 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관리자들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보기 시작하면 좋을 듯합니다.

일라이저 우드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일라이저 우드의 감정 연기가 돋보입니다. 얼굴 근육을 미세하게 사용하거나 온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가 일품이었습니다. 다른 배우들은 딱히 관심이 없던 배우들이었는데 더크 젠틀리역을 맡은 새뮤얼 버넷의 뻔뻔한 연기와 토드의 여동생, 전체론적 킬러 바트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아직 시즌 2는 시청하기 전인데, 충분히 집중하며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보고 싶어서 여유 시간이 생기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인기가 부족해서 시즌 3은 무산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이 시리즈가 얼마나 취향을 타는 시리즈인지 알게 해 줍니다. 색다른 추리물이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