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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에코 퍼(eco fur), 에코 레더는 정말 에코일까?

아래 내용과 관계없는 단순 참고용 이미지입니다.

요즘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에코퍼, 에코레더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에코'는 ecology의 약자로 생태, 생태학이라는 뜻이며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에 가까운 제품 앞에 에코라는 단어를 붙입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경우 불필요한 가속에 의한 연료소모를 최소화하는 기능에 에코를 붙여서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완전한 친환경 제품은 아니더라도, 기존의 제품들에 비해 환경오염에 기여도가 낮은 제품에 붙일 수 있는 단어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에코퍼, 에코레더는 기존의 퍼, 레더에 비해 친환경적일까요?

예전부터 퍼와 가죽은 고급 의류 소재 중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특히나 퍼는 그 동물의 종류나 자라난 환경요소 등에 의해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질 좋은 퍼소재는 엄청난 고가입니다. 가죽 또한 악어가죽, 타조가죽 등의 희귀하거나 가공이 어려운 소재들은 고가의 패션 아이템에 사용됩니다. 이러한 소재를 얻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동물을 도살해야 합니다. 양을 털을 깎아서 얻을 수 있는 울과는 달리 모피나 가죽은 피부를 벗겨내야 얻을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도살이라는 과정을 피할 수가 없어서 지속적으로 동물 보호단체의 비난을 들어온 소재입니다. 어떤 패션쇼에서는 난입한 동물 보호단체가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오로지 털과 가죽만을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도 있으며 소재의 질을 위해 산채로 가죽을 벗기는 등의 잔인한 행위를 일삼기도 합니다. 가장 유명한 퍼 아우터인 '밍크코트'는 말 그대로 밍크라는 동물의 모피로 만들어진 옷인데, 그 인기로 인해 유럽밍크는 멸종위기에 내몰려있는 현실이고 바다밍크는 이미 완전히 멸종당한 상태입니다. 밍크코트 하나를 만드는데 적게는 밍크 80마리, 많게는 200여 마리가 희생됩니다. 이러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도 밍크 모피 사용을 금지하는 등 동물보호를 위해 가죽이나 퍼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상한 변종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바로 에코퍼, 에코래더입니다. 실제 모피나 가죽과 유사하게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소재를 원래 인조 가죽, 인조 모피, 페이크 퍼, 페이크 레더 등으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동물 보호가 환경보호를 위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어느 순간 이 인조가죽, 인조 모피가 에코의 탈을 쓰기 시작합니다. 어디에서 먼저 시작한 지는 모르겠지만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퍼 재킷이나 가죽 소재 소품 등에 에코라는 단어를 붙인 제품명으로 판매합니다.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진 물건을 생산 및 판매하는 것이 단순히 동물을 도살하지 않는다고 해서 환경보호에 도움을 주는 행위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멸종위기 동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환경문제로서 부각되는 것이 플라스틱 쓰레기입니다. 이미 전 세계 바다에는 우리나라 몇 배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떠다니고 있고, 동물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켜 질식사하고 미세플라스틱에 온몸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기 때문에 바다와 육지에 점점 더 쌓이고 있는 현실이고 태국에서는 코끼리들이 쓰레기산에서 음식을 찾아 먹다가 페트병, 비닐 등을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삼키게 되고 건강이 악화되어 심하게는 사망에 이르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 또한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로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합섬섬유의 대표적인 소재가 폴리에스테르인데, 폴리에스테르는 석유로 뽑아내는 원단입니다. 즉 플라스틱입니다. 얼마 전 시청한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생선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더니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는 자료화면이 나왔는데, 제가 보기에 폴리에스테르 원단에서 나온 먼지와 유사해 보이는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생선살사이에 박혀있었습니다. 폴리에스테르 소재 옷을 탈탈 털면 먼지가 풀풀 날리는데 그게 우리 기관지로 들어가면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기관지에 들어가는 거겠죠?

인조가죽, 인조퍼는 대부분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소재로 만들어진 옷, 패션아이템 등을 사서 입다가 버리면 그대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되는 것입니다. 폴리로 만든 옷들은 땅에 묻으면 절대 썩지 않고 불에 태우면 엄청난 매연을 만들어냅니다. 

이제 다시 생각해 봅시다. 인조모피와 인조가죽은 '에코(eco)'라는 단어를 붙여서 판매될 수 있는 물건일까요?

저는 패션을 전공하면서 환경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세상서 제일 쓸데없이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패션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상 패션의 소비는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꾸미기 위한 소비가 주를 이루는 것이 현실이고, 착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금 입기에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옷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사실 때문에 패션산업자체를 무너뜨려버릴 수는 없겠지요. 꾸미고자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욕구이니까요. 현실이 그렇다 하면, 적어도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오염에 꽤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물건에 에코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에코라는 단어가 그 소비에 죄책감을 덜어주는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에코퍼라는 단어가 인조모피보다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이유로 남용하는 사례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인조퍼, 인조가죽을 구매할 때 에코라는 단어에 속지 말고,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현명한 소비가 기업들의 무분별한 에코 마케팅을 막을 수 있고, 기업들의 현명한 대처가 소비자들이 좀 더 친환경적인 소비생활을 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