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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 시즌 2, 완전한 판타지 추리물!

개인적으로 적응하기에 약간 어려움이 있었던 더크 젠틀리 시리즈의 시즌 2를 정주행 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저번시즌보다 훨씬 판타지적 요소가 풍부해졌고 주인공들의 심리적인 부분들이 조금 더 심도 깊게 다뤄진 느낌이었습니다. 

 

미국 드라마

횟수 : 10부작

출연진  : 사무엘 바넷, 일라이저 우드, 제이드 에셰트, 해나 마크스 등

OTT : 넷플릭스

장르 : 추리, 코미디

 

이전 시즌을 병맛 B급 판타지라고 평가했는데, 이번 시즌은 첫 시작부터 정말 판타지에서나 나올법한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처음 보는 인물들의 집안싸움으로 시작해서, 다른 드라마를 잘 못 틀었나 하고 확인까지 해봤을 정도로 생뚱맞은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전 시즌은 타임머신이더니 이번 시즌은 이세계물이 되었습니다. 이곳 세계의 인물들은 주인공 더크 젠틀리를 찾고 있는 듯합니다. 현실세계로 돌아와서는 멍청한 프리드킨이 더크와 켄, 3인방을 가둬놓고 말도 안 되는 초능력 테스트를 하고 있고, 아만다와 포글은 무엇인가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토드와 타라는 없어진 더크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은 블랙윙과 그곳에 갇힌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 소재로 합니다. 정신없는 인물들과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힘든 초반 진입장벽을 이겨내고 나면, 뒷부분은 서서히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앞쪽의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과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흥미를 유발합니다. (다음 내용부터 결정적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이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사건의 해결이 현실에서의 보편적인 개연성보다는 이 시리즈 안에서 주어지는 개연성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래서 해결 방법들이 어떨 때는 좀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인물들은 사건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결정적인 단서와 인물들이 등장하고 결국 '알고 보니 모든 것이 꿈이고 상상이었습니다.'라고 하는 어찌 보면 조금은 무책임하기도 한 방식으로 사건이 해결됩니다. 하지만 이런 뻔하고 쉬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유는 아마 매력적인 인물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몇 인물들에 대해 리뷰해 보자면 이번 시즌의 빌런 중 하나인 수지 보어턴은 정말 이기적이고 단순 무식한 인물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순수해 보여서 혐오감과 동정을 같이 불러일으킵니다. 초반에 다리도 절고 아들에게 조차 무시당하는듯한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웠다가 마법지팡이를 손에 얻은 뒤 보이는 이기적인 모습에 묘한 감정과 혐오가 생깁니다. 평범한 주부가 서서히 최악의 빌런이 되는 모습이 한 시즌 내내 전개되는데, 이제 그만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수지 보어턴은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그녀는 하늘 위 기차에 갇히게 되고 그녀의 가족들은 수지 없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게 됩니다. 프리드킨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멍청하기만 한 그는 지휘관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의 멍청함을 인정하지 않으려 사고만 일으킵니다. 멍청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골치가 아프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더크에게 설득당해 더크 일행에게 도움을 주려하지만 결국 크게 다쳐 미지의 세계로 빠지게 됩니다. 이상한 공간에서 그는 검은색과 빨간색이 섞인 눈동자를 가진 채로 눈을 뜨게 되고 뭔가 알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시즌 3에서 가장 궁금했던 서사가 프리트킨의 이후 이야기였는데 무산이 되어서 정말 아쉽습니다. 또한 켄은 이번시즌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시즌 1에서 아무것도 아니던 컴퓨터 전문가였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우연치 않은 기회로 블랙윙 책임자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항상 바트에게 휘둘리던 그가 마지막에는 전혀 다른 위치에서 바트와 대면하고 그녀를 가둬놓은 채로 방의 불을 꺼버립니다. 켄의 야망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허무함에 빠져버린 바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도 궁금했는데 이제 원작 책을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빌런을 비롯한 모든 인물을 뭔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글로 상세하게 설명하기 힘든 오묘함을 가지고 있는 시리즈입니다.

시즌 2가 인기가 없었던 탓에 시즌 3의 제작이 무산되었다고 하는데, 초반 2~3편 정도가 여러 인물들에 대한 내용을 개연성 없이 늘어놓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여전히 등장인물들 자체가 어디 나사하나가 빠진듯한 이해하기 힘든 인물들이기 때문에 시즌 끝까지 시청자를 잡아놓기가 힘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확실히 시즌 1보다 이야기가 더 중구난방이긴합니다. 하지만 시즌 3가 무산된 것은 꽤나 아쉽습니다. 아직 더크나 바트, 블랙윙 등에 대해 밝혀진 않은 내용이 남아 있는 듯하고, 시즌 2 마지막에 새로운 내용을 암시하면서 끝이 났기 때문에 무엇인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찝찝함으로 남아버렸습니다. 원작책을 읽어보면 되겠지만 원작까진 찾아볼 열정은 없으니 아마 저와 더크 젠틀리 시리즈의 인연은 여기서 끝일 듯합니다만, 혹시나 시즌 3가 다시 제작된다고 하면 꼭 볼 의향이 있는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