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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나이트 에이전트, 박진감 넘치는 액션 어드벤처

3월 10일에 공개된 나이트 에이전트 시리즈를 정주행 했습니다. 항상 추리물만 보다가 오랜만에 보는 액션 첩보 스릴러물이라 재밌게 봤습니다. 간혹 부정적인 평가가 보이기도 하는데, 넷플릭스에서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던 시리즈이기 때문에 기준 이상의 재미는 보장이 됩니다. 나이트 에이전트의 간단한 줄거리와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어떤 스포도 원하지 않으신다면 시청을 마친 후 글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주인공 피터 서덜랜드

나이트 에이전트(The Night Agent)

장르 : 액션, 드라마, 스릴러, 정치

시청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회차 : 10부작

등장 인물 : 가브리엘 바쏘, 루시앤 뷰캐넌, 홍 차우, 폴라 에반스-아킹볼라, D.B. 우드사이드 등

OTT : 넷플릭스

 

피터 서덜랜드(가브리엘 바쏘)는 지하철 테러를 본능적으로 눈치채고 사람들을 살렸지만, 아버지의 불명예로 대우받지 못하고 오히려 테러리스트 의심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FBI 지하실에서 오지 않는 전화만 기다리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이 전화는 비밀 요원들이 특수한 위험에 처했을 때 이용하는 번호이기 때문에 잘 울릴 일이 없습니다. 적어도 그의 업무기간 동안은 단 한 번도 울린 적이 없었습니다. 로즈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로즈는 삼촌과 숙모의 집에 찾아갔다가 한밤중 침입자의 습격을 받고 도망치게 되고 삼촌과 숙모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해 도움을 청합니다. 피터의 조언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온 로즈는 그 침입자들의 표적이 되어 목숨을 위협을 받게 되지만, 삼촌과 숙모의 대화에서 '백악관에 배후가 있다.'는 내용을 듣고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도움을 청하지 못합니다. 호텔룸에서 경호를 받고 있지만 불안한 로즈는 목숨을 잃을뻔한 위기에서 다시 자신을 구해준 피터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그와 한 편이 되어 이 사건의 뒷 배후를 쫓기 시작합니다. 젊은 FBI요원과 사이버보안 전문가의 조합이라니! 액션 스릴러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주인공 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 이상의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여기까지만 읽어주세요)

사실 이런 장르의 흐름은 크게는 대부분 비슷비슷합니다. 백악관이라는 철통보안의 상징과 같은 곳에 배신자가 있고, 등장인물들을 하나 둘 의심했다가 용의선상에서 제거해 나가면서 진짜 핵심 인물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 내용입니다. 아주 범인 같은 인물과 전혀 범인일 것 같지 않은 인물, 약간은 관심밖의 인물 등을 의심하게 만들고 이러한 믿음에 뒤통수를 치며 재미를 주는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이트 에이전트도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는데 배신감이 꽤나 얼얼합니다. 이 시리즈의 특이한 점은 중간에 전혀 상관없는 부통령 딸의 경호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시점부터 두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다가 어느 순간 한 갈래로 합쳐지는 형식입니다. 피터와 로즈에게 집중하고 있다가 갑자기 관심 없던 이야기가 툭 튀어나오는 거라 잠깐 '어라?' 싶었지만(부통령 딸의 철없는 행동에도 약간 반감이 들었습니다.) 경호팀인 첼시와 애릭, 도망자팀인 피터와 로즈가 만나게 되는 장면에서는 묘한 쾌감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초짜 FBI 요원, 배신당한 벤처 사업가, 더 높은 곳을 꿈꾸는 경호팀장, 약물중독에서 벗어나 복귀한 국민영웅 경호원이라는 각자의 시련을 가진 인물 설정은 메인 사건의 해결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장이라는 흥미요소를 제공합니다. 시리즈 끝에 주요 인물들의 평안한 삶만큼 시청자에게 안도감을 주는 마무리는 없을듯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이 있는데, 굳이 그렇게 죽여야 했나 싶은 전개긴 했지만 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한 가지 톡 튀는 요소를 주고 싶었던 것은 이해가 갑니다. 주요 인물들 외에 매력적이었던 인물은 두 명의 청부업자 중 엘렌(이브 할로우)이었는데 약간은 광기 어린 암살자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또 다른 넷플릭스 시리즈 루시퍼에서 절대 죽지 않는 대천사 아메나디엘 역을 맡았던 D.B. 우드사이드가 나와서 반가웠는데, 하필 총에 맞아 죽게 되어서 불사의 아메나디엘이 죽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의 순둥한 이미지가 비슷해서인지 영국드라마 '보디가드'가 떠올라서 비슷한 느낌일까 했지만, 영국드라마와 미국드라마 특유의 분위기 차이 때문에 전혀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칫 뻔 해 질 수 있는 장르 특성상 의외성을 주려 노력한 점들이 간간이 보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실제로 의외의 재미를 주기도 하고, 어떤 점들은 약간 루즈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회당 44분~56분으로 대략 480분을 투자해서 봐야 하는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틀 만에 정주행 했고 이 시리즈를 계기로 다시 액션 첩보 스릴러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는 강력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