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이야기

보테가 베네타, 로고가 필요없는 인트레치아토 패턴의 상징

수많은 명품 브랜드 중에서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가장 꾸준히 지켜가고 있는 브랜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보테가 베네타를 선택할 것입니다. 지난 20년 정도를 떠올려보면,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나름의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부활을 경험했음에도 보테가 베네타는 그 위치를 꽤나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십여 년 전에도 보테가 베네타 지갑, 가방 하면 고급스러움과 질 좋음, 고가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지금 역시 그러한 걸 보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이미지 유지에 상상이상의 노력을 기울였을 거라 예상됩니다. 몇몇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빅로고나 프린팅 맨투맨 등 자극적인 이미지로 부활을 했다가, 그 이미지 소비로 인해 다시 지나간 브랜드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겐조의 호랑이 맨투맨이나, 발렌시아가의 로고플레이가 그러했고 톰브라운 역시 양아치패션 밈이 돌아다닙니다. 샤넬백은 오픈런의 상징인 데다가 약한 내구성 때문에 조롱을 받기도 하고, 구찌의 뱀 프린팅 지갑도 요즘 들고 다닌다면 썩 트렌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요 근래 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경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테가 베네타는,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팬데믹시즌에 패션쇼에서 약간의 소동이 있긴 했지만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망가뜨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상징적은 인트레치아토 패턴으로 겉에 브랜드 로고를 박을 필요가 없는 보테가베네타는 어떻게 이러한 이미지를 유지할 수가 있었을까요?

 보테가 베네타는 케링그룹 소속의 이탈리아 브랜드로 상징적인 가죽제품들이 스태디 셀러입니다. 1966년 이탈리아 베네토 주 빈첸차에서 미켈라 타데이와 렌조 젠지아로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명품브랜드가 설립자의 이름에서 브랜드네임을 따오는데반해, 보테가 베네타는 다른 방식으로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보테가는 이태리어로 공방, 베네토는 이탈리아의 지명으로 이름 전체에서 '이탈리아의 브랜드'임을 주장하는 듯합니다. 사실 다니엘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들어오기 전 보테가 베네타는 그리 트렌디한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20대가 들고 다니기엔 조금 딱딱한 느낌이었고 성공한 30대 중반 이상이 많이 들고 다녔던 브랜드였습니다. 저에게는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무난하게 가지고 다니기 좋은 지갑이나 클러치가 있는 브랜드의 이미지였습니다. 질 좋은 가죽으로, 같은 사이즈의 일반 제품 대비 2배에서 많게는 4배 이상의 가죽이 더 소요되는 인트레치아토 패턴 방식으로 만드는, 클래식하고 품질 좋은 가죽 가방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스타일리시해 보이거나 트렌디해 보이기 위해 구입을 하는 브랜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다니엘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후 발표된 컬렉션에서는 이 클래식의 최정점에 서있는 브랜드에 적당한 트렌디함까지 더해주었습니다. 특히 카세트백이나 아르코백 등 위빙에 사용된 가죽의 폭을 크게 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약간의 디자인적 요소의 추가로 브랜드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크고 뚱뚱 한 신발이나 주렁주렁한 오버사이즈 등 과한 디자인을 내놓으면서도 브랜드 특유의 미니멀하고 클래식함도 묘하게 함께 유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가 이끄는 3년 동안 브랜드는 눈부신 성과를 이루었고 보테가의 CEO 레오 롱고네 "브랜드의 50년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보테가 베네타에 신선한 시각과 새로운 현대적 감각을 부여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후 부임한 마티유 블라지는 그렇게 뛰어난 스태디 셀러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어찌 됐든 아직은 보테가 베네타 그린의 트렌디함이 브랜드에 남아 있기 때문에 이후 브랜드의 행보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 까만색 샤넬 종이가방보다 초록색 보테가 베네타 종이가방이 좋은 사람의 글이었습니다.